'1894 사랑채' 카페에 방문하다.
사장님~ 여기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새글남의 4인가족이 잠시 볼일이 있어 경주에 방문을 하였는데, 경주에 가면 항상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황리단길이다. 요즘 심심해서 SNS에 맛집 검색만 하면 '황리단길' '황리단길맛집' '십원빵' 기타 등등 아주 많이 나온다. 먹는 걸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새글남 인지라 우리 가족의 동의도 없이 돌아가는 길이였지만 혼자서 황리단길로 향했다. 사실 새글남의 와이프는 길눈이 매우 어둡다. 항상 옆에서 물어본다. '여기 어디지?' 뒤에 두 아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옆에 와이프는 길눈이 매우 어두워서 항상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무튼 나는 혼자 우연한 인척 황리단길로 진입하여 구경 중 문제가 발생했다. 차를 타고 장거리주행을 했던 터라 아이들이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단다. 부모님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소변을 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화장실 갈 때까지 징징되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황리단길에서 우회전을 한 뒤 어떤 공원의 담벼락을 따라 주행하던 중 막내아이가 도저히 못 참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길 때 그냥 바로 앞에 주차를 하고 살짝 골목 안쪽에 사람이 없어 보이는 카페로 막내 아이를 등에 업고 번개처럼 달렸다.( 어릴 때 오줌을 참지 못하고 바지에 실수를 한 기 억이 있어서 위기상황이 되면 나의 속도는 변한다. 상상이상으로 매우 빠르다.) 그리고 어떤 가게 인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나: 사장님~ 여기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사장님: 네~! 제일 끝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있어요~! 사장님은 매우 친절했다. 길을 안내해 주셨던 곳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세상에나 이 카페는 눈으로 다 담기에 부족할 만큼 너무나도 멋진 카페였다.
카페'1894 사랑채' 밤풍경과 맛 그리고 분위기에 빠져들다.
'1894 사랑채'는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카페였다. 방문자리뷰 2,492 블로그리뷰 690. 어차피 나는 홍보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급하게 화장실을 가다가 카페에 반하여 후기를 남기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도 배출을 했으니 남은 건 허기짐과 발바딱 불타도록 뛴 나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입구에서부터 포스터가 붙어있던 빙수를 먹기로 한 것이다. 가격은 15,000원 그렇게 착한 가격은 아니었다. '1894 사랑채'는 커피, 음료, 디저트, 케이크를 파는 카페였고 다른 카페와 다른 점은 사랑채로 이루어진 방이 5개가 있었다. 가족이나 소수의 모임, 젊은 연인들이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독립된 공간, 프라이빗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이곳을 방문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주문을 했던 눈꽃빙수가 나왔다. 우유를 얼려만든 빙수이고, 빙수 위에 찰떡 4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팥이 기성품이 아닌 시장통에서 맛보던 그런 팥맛이었다. 사실 가격은 살짝 비싸다고 느꼈지만 먹다 보니 빙수의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높은 가격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빙수를 담은 그릇이 놋그릇이라서그런지 다 먹고 마지막에 보니 빙수가 거의 녹지 않고 끝까지 눈꽃 뽀송한 얼음으로 남아있었다.(보통은 죽처럼 변한다.) 마당에는 수국과 여러 가지 꽃이 심어져 있는데 수국은 내가 본 수국 중에 꽃이 제일 컸다. 제주도와 태종대 수국축제를 가보았지만 이때까지 본 수국꽃 중에 가장 컸다. 비록 급하게 들아간 곳이지만 분위기, 맛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짧게 머물러있었지만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사랑채에서 좋은 시간, 좋은 추억을 가져도 좋을 거 같았다. 경주는 많이 와 봤지만 변한 경주는 처음이라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일 때문에 들렸지만 다음엔 꼭 여행으로 와서 제대로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